유럽에서는 ‘외국인 창업가 유치 전쟁’ 중 

네덜란드에는 암스테르담이, 독일에서는 베를린이, 프랑스에서는 파리가 각각 ‘스타트업 시티’로 자리매김하며 창업가들을 유인하고 있다. 그 밖의 나라들에서도 각 정부가 규제완화를 통해 외국인 창업가에게 매력을 어필하고자 하는 등 유럽에서는 지금 ‘외국인 창업가 유치 전쟁’이 열기를 더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창업가의 성지인 미국 실리콘밸리 진출의 장벽이 인건비 및 생활비의 급등으로 높아졌다는 것과 또 각국 정부가 창업가들이 로컬 인재의 고용 창출과 사업의 해외 전개를 통해 자국 경제에 공헌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점이다.

실리콘밸리가 이미 증명했듯이 우수한 스타트업은 양질의 인적 네트워크가 다양성을 인정하는 오픈된 문화 환경 하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킴으로써 태어난다. 각국 정부나 도시는 그런 장(場)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1인당 스타트업 수가 최다인 에스토니아 

외국인 창업가 유치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유럽에서, 올해 세계경제포럼에 ‘가장 기업가정신이 왕성한 나라’로 선정되었고 현재도 빠른 속도로 창업가 수가 늘고 있는 나라가 ‘에스토니아’다.

에스토니아는 북유럽에 위치하는 발트3국 중 하나로 인구는 고작 130만 명밖에 안 된다. 그러나 그 유명한 ‘스카이프’를 낳은 나라이며, 국민 1인당 스타트업 수는 유럽에서 가장 많다. 또 전 세계에서 정부의 전자화가 가장 잘 되어 있는 ‘미래형 국가’다.

 국가 그 자체가 ‘블록체인 스타트업’ 

에스토니아가 ‘미래형 국가’로 지칭되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전자정부’에 있다. 모든 행정 서비스 중 99%가 인터넷에서 완결된다. 나머지 1%, 즉 종이를 이용하는 것은 ‘결혼, 이혼, 부동산 매각’ 뿐이다. 그 밖에는 전자ID와 전자사인으로 끝낼 수 있다.

이 정도로 ‘노 레거시’에 ‘디지털 베이스‘를 철저히 할 수 있는 이유는 이 나라 자체가 ’디지털 네이티브‘이기 때문이다. 에스토니아가 구소련연방에서 독립한 것은 1991년이다. 그때 이 세상에는 이미 인터넷이 존재하고 있었다.

에스토니아의 리더들은 인터넷 기반의 사고방식으로 나라의 설계도를 그렸는데, 그때 ‘전자ID’, ‘X-ROAD(연계기반)’, ‘블록체인’의 3가지 기술을 구사하기로 했다. 그리고 필요한 법을 정비하기 전에 우선 시도하고 수정한다는 린스타트업 방식으로 접근했다.

 편의성과 투명성이 보장 

여권, 투표, 회사등기, 공공교통, 은행, 의료, 보험 등 민간도 포함하면 무려 2,000가지 이상의 서비스가 전자화되어 있다. 900가지 이상의 기관과 데이터베이스가 X-ROAD로 접속되어 있고 국민의 ID가 보안이 담보되어 공유되므로 가능한 일이다. 전자정부는 ‘편의성’과 ‘투명성’이라는 2가지 원칙에 따라 설계되어 있다.

‘편의성’의 경우 예를 들어 ‘원스 온리(once only)’라는 원칙이 있어 관할이 다른 복수의 행정기관에 같은 정보를 몇 번이나 제출해야만 하는 번거로운 수속을 시민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민은 생활의 효율이 향상하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투명성’은 자신의 정보가 어떻게 이용되는지 시민이나 기업가 등 데이터 제공자측이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에스토니아에서는 ‘개인정보의 주인은 개개의 시민이다’라고 강조한다.

자신의 데이터에 공적기관, 기업, 의료기관 등이 접속하면 그 이력을 언제라도 볼 수 있고, 액세스 이유에 불신감이 있다면 관할기관에 조사를 의뢰할 수 있다. 이것이 데이터 관리에 대해 안심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시민은 전자화된 행정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IT 인프라의 구축 및 운영에 드는 행정 운영의 비용을 대폭 절감하게 된다. 매월 파리의 에펠탑과 같은 높이인 300미터 분량의 종이 서류가 절약되고 행정 운영 비용은 영국의 0.3%, 핀란드의 3%밖에 되지 않는다.

 외국인을 ‘전자거주자’로 유치하여 1,400社가 창업 

한국인도 지금 당장 에스토니아의 전자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다. 에스토니아에는 외국인 전자거주자를 받아들이는 ‘e-레지던트’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를 시작하면서 에스토니아는 외국인 창업가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물론 시민은 아니므로 전자투표 등은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제도를 활용하면 에스토니아를 한 번도 방문하지 않고도 회사설립과 은행계좌 개설, 납세신고 등을 할 수 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유용한 창업 수단이 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135개국 이상의 2만 명 이상이 전자거주자로 등록한 상태라고 한다. 그리고 1,400社 이상의 기업이 신규로 설립되었다. 회사 설립 비용은 190유로, 법인/개인 소득세율을 일률적으로 20%로 낮게 제한하고 있다는 것도 외국인 창업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 듯하다.

 세무사와 회계사에게는 ‘실업’ 리스크, 그래도 멈추지 않는 진화 

에스토니아는 이미 고도화된 전자정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향후 더욱 진화된 몇 가지 계획을 진행할 것이라고 한다. 그 중 하나가 2018년 내에 운영이 예정되어 있는 ‘Reporting 3.0’이다. 사실 이 계획은 위험한 아이디어이기도 하다.

Reporting 3.0은 기업의 세무신고를 없애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소규모 기업에 대해서는 비즈니스 구좌의 상태에 기초하여 세무액을 자동으로 계산하고 신고도 끝내준다. 즉 기존에는 세무사나 회계사가 담당했던 일의 일부를 기계로 대치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에스토니아 정부는 주저하지 않는다. 만약 어떤 직종의 업무가 기계로 대치된다면 그 인재는 새롭게 전문성을 키워 보다 고부가가치형 업무로 이동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합리적인 기술에 대해 관용적인 ‘문화’도 외국인 창업가를 불러들이고 있다.

 국가란 ‘땅덩어리’가 아니라 ‘데이터’다 

에스토니아가 이 정도로까지 정부의 전자화를 추진한 배경에는 앞서 언급한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이유도 있지만, 지정학적 이유와 침략의 역사도 그 이유가 될 것이다. 에스토니아는 과거에 두 번이나 구소련에게 지배받았고 지금도 대국인 러시아와 인접해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또 언제 어느 나라에게 침략 당할지 알 수 없다는 리스크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가령 침략 당하여 ‘영토’가 없어졌다고 해도 국민의 ‘데이터’만 있다면 나라는 다시 세울 수 있다는 것이 에스토니아의 생각이다. 기술을 구사하는 것은 그것을 위해서다.

에스토니아는 자국 내의 ‘룩셈부르크대사관’에도 국민 데이터를 분산해서 보관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 자국 국민의 데이터를 맡긴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에스토니아는 국가를 계속 지킬 수 있다면 그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것이 에스토니아는 ‘국가 그 자체가 블록체인 스타트업과 같다’고 표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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