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선진국이라고 하는 독일에서는 1998년 전력 자유화를 계기로 전력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었고, RWE와 E.ON, EnBW, Vattenfall이라는 4개의 전력회사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실험적인 기술개발을 시도하는 이노베이션 거점에서 블록체인을 비롯한 첨단 기술을 이용해 에너지 분야의 기술혁신에 도전하는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된다. 여기에서는 독일 전력회사의 이노베이션 거점을 중심으로 한 블록체인 이용 사례를 소개한다.

 업계 재편이 진행되는 독일의 전력 시장 

1998년 전력 시장이 완전히 자유화된 독일에서는 2018년 현재 수백 개의 전력회사가 존재한다. 그 중에는 구소비에트연방 체르노빌의 원전 사고를 계기로 독일 남서부의 쉐나우시의 시민이 스스로를 위해 설립한 쉐나우전력회사와 같은 독특한 회사도 있다. 또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지 수개월 후 메르켈 수상이 이끄는 제1당인 독일크리스트교민주동맹은 그때까지 탈원전에 소극적이었던 정책을 전환하여 2022년까지 탈원전화를 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소비자에게 많은 선택지를 주고 탈원전을 주장하는 독일의 전력 정책은 세계를 리드하며 또 뛰어난 면이 있는 한편, 선택지가 너무 많다보니 과대 광고의 난립이나 전력회사의 파산 등의 혼란이 동반하기도 하다.

독일, 나아가 인근 나라도 포함한 유럽의 전력 시장의 경쟁이 심해지는 가운데, 2018년 3월에는 독일의 대표적 전력회사 4개사 중 2개사인 E.ON과 RWE가 관여한 대규모의 업계 재편이 보도되었다. E.ON은 RWE 산하의 Innogy를 인수하고 RWE는 E.ON의 주식을 부분적으로 취득했다. 재생에너지 사업이나 송배전 사업으로 영역을 구분하고 향후 감원을 동반한 대규모의 업계 재편을 진행한다.

 이노베이션을 모색하는 전력회사 

지금까지의 비즈니스 전환이나 구조조정에 더해 전력회사는 스타트업과의 콜라보를 토대로 한 차세대 개발에도 도전하고 있다. 각사의 이노베이션 거점으로서 RWE 자회사 Innogy의 Innogy Innovation Hub, E.ON의 :agile, EnBW의 InnovationsCampus, Vattenfall의 green:field가 있다.

전력 등 인프라 관련 사업에서는 컨셉을 실행으로 옮기는 단계에서도 거액의 투자가 필요하다. 그런 상황에서 스타트업이 단독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어렵다. 스타트업에게 이미 인프라를 갖고 있고 자금력도 풍부한 대기업과의 콜라보는 매력적이다. 대기업 전력회사에게도 자체적인 이노베이션이 힘든 가운데 스타트업의 첨단 기술이나 시장에 대한 유연한 적응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 걸음 앞서가는 RWE/Innogy의 블록체인 관련 활동 

E.ON에게 인수된 Innogy가 향후 어떤 조직이 될지는 확실하게 밝혀져 있지 않지만, 4개의 전력회사가 가진 이노베이션 거점 중에 특히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 RWE의 자회사 Innogy의 Innogy Innovation Hub다.

2017년에는 29개사를 지원하고 포트폴리오에는 40개사가 이름을 올렸다. Innogy Innovation Hub가 관련된 대표적인 프로젝트로는 스타트업인 Slock.it과의 공동 프로젝트 ‘Share&Charge’가 있다. Slock.it은 IoT와 블록체인 분야에서 독자적 디지털락 디바이스로 모든 것을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다. Share&Charge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초로 한 전기자동차 충전 솔루션을 오픈소스로 제공하고, 2018년 2월에는 2.0버전 릴리즈를 거쳐 2018년 여름에는 유럽에서의 실험, 2019년에는 퍼블릭 테스트를 예정하고 있다. RWE는 수백 개의 충전 스테이션을 독일 전국에 배치하고 Share&Charge를 이용한 전기자동차 충전 서비스 BlockCharge를 제공한다.

Innogy Innovation Hub가 콜라보를 하는 상대는 스타트업에 머무르지 않는다. Innogy Innovation Hub는 대기업 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ZF Friedrichshafen, 스위스에 거점을 둔 금융주식회사 UBS와 공동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차량용 지갑 Car eWallwt을 개발하고 있다.

2018년 3월, Innogy의 CVC인 Innogy New Ventures LLC는 ‘중앙집권적인 조직 없이 트랜잭션을 검증할 수 있는 블록체인을 비롯한 분산형 장부 기술은 차세대 에너지 분야에서 중요하다’며, 블록체인을 이용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한 Digital Trust Engine을 제공하는 Cryptowerk에 출자한다고 발표했다.

그 외에 블록체인에만 제한되지 않고 에너지 분야의 컴패티션인 Free Electrons를 개최했다. 독일이나 유럽뿐 아니라 차세대를 담당하는 전 세계의 스타트업 발굴에 여념이 없다.

 E.ON, EnBW, Vattenfall 

E.ON의 :agile도 에너지 관련 스타트업을 배출하고 있다. :agile은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나 이벤트를 통해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에너지 분야 스타트업이나 인재를 발굴하고 있다.

EnBW은 블록체인을 전면에 내세운 기술개발이나 스타트업에 대해 지원하진 않지만 스마트 에너지를 위한 IoT 제품을 개발 및 판매하는 스타트업인 ‘LIV-T’를 발굴했다. 현재 LIV-T가 개발 및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급유나 기온조절을 위한 제품으로, 스마트 에너지와 IoT라는 키워드로 미래에 마이크로그리드 구축이나 블록체인 이용을 위한 포석이 될지도 모른다.

Vattenfall의 동명의 스웨덴 모회사는 유럽의 22개 에너지 거래회사와 연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에너지 시장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P2P 거래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력 업계에서 블록체인의 침투 

RWE와 Innogy Innovation Hub는 다른 회사보다 한 발 앞서 가고 있으며, 전기자동차의 충전이나 지불에 블록체인을 이용하는 프로젝트가 실험을 거쳐 실용화에 다가가고 있다. 또 E.ON의 경우 :agile의 지원을 토대로 Quantoz와 Energy21이 개발하는 커뮤니티에서 에너지의 지방소비를 목표로 하는 활동도 주목할 만하다. 실제, 블록체인을 이용한 마이크로그리드(소규모 커뮤니티에 의한 에너지 생산)는 선행 사례로서 미국의 Brooklyn Microgrid가 있다. 단지 독일에서는 마이크로그리드의 핵심이 되는 스마트미터를 비롯한 계측기기의 요건을 정한 MsbG 법률이 2016년에 제정되었고 이를 충족시키는 디바이스 출시가 보급의 열쇠가 된다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B2B에서는 Vattenfall이 참여하는 전력 시장에서 블록체인을 이용한 P2P 전력 거래를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블록체인을 비롯한 분산형 시스템을 이용한 기술이 한층 사회에 깊숙이 침투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분야는 대량의 트랜잭션을 처리할 필요가 있고 금융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이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 있는 분야다. 환경 선진국이며 기술국이기도 한 독일의 전력회사와 그 지원을 받는 스타트업의 동향은 세계 에너지 분야의 발전을 전망하기 위해서도 미리 알아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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