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 활용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농업 분야에서도 블록체인의 도입이 시작되었다. 농산물 공급은 생산과 가공, 유통, 판매의 4단계로 크게 카테고리화되어 다양한 관계자가 개입된 후에야 소비자에게 도달한다. 그러한 불투명성을 개선하는 데 블록체인 기술의 ‘추적기능’이 공헌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개발도상국 노동자의 생활 향상을 목표로 하여 공정거래에도 활용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먹거리 안전성’의 투명화를 꾀한다 

‘먹거리 안전성’에 대한 의식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지만 안전성의 기준은 국가나 지역별로 다르다. 예를 들어 이 나라에서는 사용이 금지되어 있는 농약이 저 나라에서는 허용되는 식의 모순은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WHO의 조사에 따르면 연간 42만 명이 식품 오염으로 사망한다. 그 중 3분의 1이 5세 이하의 아이다. 자신이나 가족이 먹는 식품이 ‘누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 및 수확, 가공했는가?’를 알고 싶은 것은 소비자의 자연스러운 심리일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관리 방법으로는 대량생산 식품을 세밀하게 추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오염이나 감염 경로를 밝혀내는 데도 상당한 시간을 요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사건이 일어난 후 원인을 추적하는 것은 너무 늦다. 안전한 식품을 공급하는 데 있어 일부 공급자의 의식 개혁도 필수 사항이다.

이러한 식품에 관련된 불투명성을 블록체인 기술로 개선하려는 시도가 활성화되고 있다. 식품이 생산자에게서 출하되어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의 경과를 블록체인 상에 세밀하게 기록하여 서플라이 체인의 투명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미래에는 소비자가 직접 생산, 유통에 관한 정보에 접근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꿈은 아니다. 나아가 그러한 정보에 기초해 소비자가 중개업자를 통하지 않고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한 생산자에게 제품을 직접 구입하는 시대가 와도 이상하지 않다.

 알리바바, IBM, 네슬레 등 글로벌 기업의 도전 

대기업이 착수하고 있는 예를 몇 가지 살펴보자. 중국 이커머스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알리바바는 2017년 3월부터 국제 컨설팅 기업 PwC, 오스트레일리아 우편공사, 건강식품 제조사 블랙모어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의 식품유통 트래킹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푸드 트러스트 프레임워크’라고 하는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가짜상품의 추적이다. 2017년 8월에는 IBM이 네슬레나 월마트, 유니레버, Dole, 크로거 등의 글로벌 기업과 제휴하여 ‘글로벌 푸드 세이프티’를 설립했다. 서플라이 체인의 안정성 향상에 블록체인 활용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다.

여기에서 말하는 ‘추적’이란 불행한 사고가 발생한 후 경로를 찾기 위한 수단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식품의 안전성에 의문이 생긴 시점에서 대상이 되는 상품을 즉석에서 추적 및 회수할 수 있게 되므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앞서 언급했듯이 블록체인 같은 추적 가능한 시스템의 존재 자체가 안전성에 대한 배려에 꼭 필요한 일부 공급자의 의식 개혁에도 도움이 될지 모른다.

 세계 최초 블록체인 대응, 상품관리 플랫폼 ‘AgriDigital’ 

오스트레일리아의 스타트업인 Full Profile이 제공하는 세계 최초의 블록체인 코모디티 매니지먼트 플랫폼 ‘AgriDigital’도 흥미롭다. 곡물 생산자(농가)와 구매자, 그리고 사이트 관리자가 계약부터 배송, 창고 간의 이동, 청구, 결제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단일 플랫폼 상에서 진행한다는 획기적인 툴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의 디바이스에서 액세스 가능하고 복잡한 조작이나 지식도 필요 없어서 등록과 데이터 이동만으로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 2017년부터는 ‘종합 가격결정 솔루션’ 제공도 시작한다.

농가는 고생해서 재배한 작물을 조금이라도 높은 가격으로 거래하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유통 시스템에서는 희망 도매가보다 저렴하게 거래되는 일이 많다. 그 원인의 하나로 ‘시장가격이 도매가에 실시간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들 수 있다.

‘AgriDigital’은 실시간으로 시장가격을 추적할 수 있으므로 농가는 현재의 시장가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최적의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다. 희망 출하가격을 설정해두면 ‘지금 바로 거래를 할지, 혹은 시간을 두고 시장에 유통하기 위해 창고에 보관할지’와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에도 크게 공헌한다.

실제 프로세스는 심플하다. 우선 구매자가 희망 입고가격을 입찰한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합의에 도달하고 거래가 성립하면 플랫폼 상에서 자동으로 계약서가 작성된다. 구매자에게는 거래성립이 통지되고 합의에 도달한 가격으로 청구서가 발행된다.

구매자는 시장의 변화 등 필요에 따라 입찰가격을 갱신할 수 있고, 구매자와 판매자 양쪽 모두 계약, 출하, 청구액 관련 정보를 플랫폼 상에서 체크할 수 있으므로 혹시 모를 문제 발생도 피할 수 있다. 또 농가측의 재무 데이터나 융자상황을 관리, 분석하고 상환 계획을 제시하는 기능을 지원해 종합적인 코모디티 매니지먼트를 제공하고 있다.

 공정거래를 블록체인화, 경제격차 해소책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경제격차 해소나 환경보호에도 공헌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격차의 한 원인으로 국제화를 들 수 있는데, 이것은 ‘국제무역의 구조가 개발도상국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생각에 기초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해소책으로서 ‘공정거래’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수입되는 원료나 제품을 적정한 가격으로 지속적으로 구입함으로써 노동자나 생산자에게 공평한 대금을 지불한다는 활동이다. 소비자는 공정거래의 표식이 붙은 상품을 구입함으로써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생활을 지원할 수 있다.

 팜유의 생산/유통을 둘러싸고 지속 가능한 서플라이 체인 구축 

그 일환으로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고 있는 식물유지인 팜유(야자유)의 생산/유통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투명성의 향상과 지속 가능한 서플라이 체인의 구축을 촉진한다는 시도도 있다.

팜유는 식품에서 화장품, 바이오연료의 원료로 전 세계에서 수요가 높다. 그 85%(연간 5,000만 톤)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생산되지만, 과잉수요가 산림파괴를 일으키고 기후변동이나 생식지 분단화를 심화시킨다.

세계의 총생산량은 2014년에 6,000만 톤을 넘은 것을 경계로, 2015~2017년에 걸쳐 일단 5,000만 톤까지 떨어졌지만 2018년에는 6,000만 톤 후반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환경보호 활동으로서 일부에서 팜유 제품을 보이콧하는 운동 등도 확대되고 있지만, 이러한 행위가 결과적으로 문제를 악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 역효과를 외치는 곳도 있다.

 모든 제품에 블록체인 인증 시스템이 확대될 가능성도 

그래서 발족한 것이 RSPO(Roundtable on Sustainable Palm Oil, 지속 가능한 팜유를 위한 원탁회의)다. 이익만을 중시한 삼림채벌 행위를 단속하고 서플라이 체인의 구축을 비약적으로 개선하여 팜유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다.

RSPO는 지속 가능한 팜유의 생산/공급을 시장에서 표준화하기 위해 인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생산부터 유통까지 각 프로세스를 관리 하에 둔다. RSPO가 정한 원칙과 기준을 만족시킨다고 보증되는 서플라이 체인이나 생산자에게 인증이 발행되고 제품에는 RSPO의 트레이드마크를 표시할 수 있도록 허가된다.

이러한 일련의 프로세스를 블록체인 상에 기록하면 인증 프로세스의 신뢰성이나 편의성이 현저하게 개선된다는 것이다. 팜유에 한하지 않고 커피나 과일, 의류 등 모든 제품에 마찬가지의 블록체인 인증 시스템을 채용할 수 있다.

 농업 융자를 간략화, 새로운 서플라이 체인 파이낸스의 가능성 

혜택은 소비자나 노동자에게 머물지 않고 생산자나 유통/소매업자에게도 갈 것이다. 예를 들면 사무 업무의 간략화다. 수작업으로 관리했던 다양한 데이터를 블록체인 플랫폼 상에서 행함으로써 관리비의 삭감이나 시간단축을 기대할 수 있다. 또 많은 농가에서는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농업융자의 구조를 크게 바꿀 가능성도 갖고 있다.

IBM과 인도의 마힌드라그룹이 공동개발한 블록체인 금융 솔루션은 자금의 유동성이나 비용삭감 등을 꾀하는 인도의 서플라이 체인 파이낸스의 개혁을 목표로 개발되었다. 공유 플랫폼을 통해 공급부터 제조까지의 모든 거래 이력에 모든 관계자가 실시간으로 접근할 수 있으므로 여기에서 입증된 신뢰성과 투명성에 기초하여 새로운 제3자 융자 시스템 구축 등에 도움되는 안이 나오고 있다.

서플라이 체인 파이낸스는 원래 마힌드라 파이낸셜의 공급자와 제조업자 간의 거래용으로 개발된 것이지만, 마힌드라그룹이 농업부터 항공우주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거대기업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농업 부문에도 채용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가령 기업에 유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낙농농가가 이 플랫폼을 이용하여 인도의 NCDEX(National Commodity & Derivatives Limited) 등이 발행하는 전자증권을 블록체인 상에 기록한다. 그렇게 하면 실제 제품을 판매하기 이전에 지불이나 융자를 받는 것이 용이해지는 것이다.

그런 예와 같이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을 살려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보다 적절한 타이밍에 융자를 받을 수 있다면, 농가는 자금을 필요한 기간 내에 확보하기 쉬워지고 또 다시 생산성이나 품질을 높이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농가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을지 향후 동향에 주목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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